PROJECT B – FREE TO BE EXTRAORDI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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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의 믹스서울 사무실에서 가까운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한번 가보고 싶은 장소였지만 기회가 없었다. 때마침 음악 프로듀서 “Hitchhiker”의 광팬이였던 나는 전자음악가들이 좋아할 이 큰 이벤트를 놓칠 수 없었다. 라인업은 히치하이커뿐만 아니라 이디오테잎(Idiotape), 키라라(Kirara)까지 화려했다. 분명 국내 뮤지션들로 채워진 행사였지만 어설픈 라인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4월 7일의 토요일 밤을 채우기에는 충분했다.

저녁 시간 워커힐 호텔 앞 거리예술창작센터 입구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었다. 관객들은 버드와이저 관계자, 주류업계, 광고업계, 패션업계 등 협력사 관계자분들, 무료 추첨을 통해 선택된 사람들이 입장 대상이였다. 입장을 기다리면서 이 긴 줄을 보고 있자니 새삼 라인업의 네임밸류가 슬슬 얄미워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아도 이렇게 많을 수가…

기다리는 동안 여러 구조물이 눈에 띄었는데 가장 크게 보이는 구조물은 버드와이저의 로고였다. 크레인에 달린 버드와이저 로고를 보면서 이 문화행사에 얼마나 큰돈을 썼는지 느껴진다. 그 외에도 다양한 예술 작품들과 포토존이 정말 많았다. 이쯤 되면 이 행사의 전반적인 컨셉을 담당한 아트디렉터를 찾아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

특히 포토존은 하나하나가 특징이 있었다. 단순한 버드와이저의 로고를 넣은 곳, 예술작품을 연상케 하는 곳, 다수의 카메라를 통해 Flow-mo 촬영이 가능한 곳 등 음악에만 관심 있는 필자가 본 포토존만 5개가 넘는다.

줄은 길었는데 연출자의 이런 노력 덕분에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시간이 흘렀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공연장 내부로 진입하는 길은 더 흥미로웠다. 인터스트리얼한 취수장을 개조하여 그 시설물 자체로 멋진 공간을 만들어냈다. 흡사 런던의 테이트모던에서 영감을 받은 느낌이었다.

공연장 내부로 내려가기 전에 내가 가장 관심이 있던 부분은 역시 음향 컨트롤룸이었다. 목적을 알 수 없는 공간이었는데 그곳에 모든 조명과 음향, 영상 컨트롤러들을 다 갖다 놓았다. 아마 위치상으로는 관객과 너무 동떨어진 위치이고 취수장이라는 공간적 특징도 있어서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명과 영상을 조정하기에는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라 좋아 보였다.

무대 위에는 이미 키라라가 열심히 Ableton Live와 컨트롤러를 만지고 있었다. 다소 발랄하면서도 강한 빅비트 성향의 음악이 딱 키라라였다. 대중음악상과 다양한 페스티벌에 라인업 올리며 최근 크게 이름을 알리고 있는 키라라답게 무대도 열정적이었다. 요즘에는 영상 천재라는 소리도 듣는 키라라의 공연영상 역시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집중해서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사람에 떠밀려 안쪽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메뉴는 하나 버드와이저이지만 바텐더들도 분주했다. 다시 보니 청소를 하시는 분들도 풍채 좋은 가드도 모두 너무 철저하게 잘 움직여주고 있어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도 무질서하지 않았다. 인력투입도 적절했지만, 행사에 왔던 사람들도 대단히 매너 있고 멋진 사람들이 많았다. 일단 패션과 광고업계, 버드와이저 협력사 직원들도 많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오늘은 양주 먹고 죽자” 하는 파티가 아닌 가볍게 맥주 한잔을 즐기는 공연이라 더 스트레스를 안 받는 느낌이었다. 키라라의 공연이 끝나고 흡연과 화장실을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따로 마련된 흡연 장소에서 공연장 반대편의 전경을 보는데 밤이 매우 어두워졌다. 그리고 조명이 더욱 이쁘게 빛났다. 화장실(남자)도 부족하지 않았고 불편한 부분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날씨가 조금 추웠다는 것 정도였는데 야외에는 간이 난로도 설치했길래 손을 좀 녹였다. 손목에 입장 밴드를 보니 프리 드링크가 있었다. 따로 마련된 천막에는 주류와 간단한 스낵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 정도면 돈을 내고 와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미안함마저 들었다.

추위 때문에 일단 다시 공연장으로 들어가 봤다. 공연과 공연 사이에 DJ가 음악을 플레이하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은 더 많아진 거 같다. 선곡은 상당히 대중적인 음악들로 채워졌는데 아무래도 언더그라운드 성향의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악들로 채워졌다.

갑자기 주변을 살펴보니 온통 빨간색이라는 사실도 느껴졌다. 다시 이 행사의 포스터와 홍보물을 뒤져봤는데 역시나 이 파티의 컨셉은 버드와이저의 시그니쳐 컬러인 RED였다. 드레스코드도 빨간색이었는데 필자는 그러지 못했다.

한참을 놀고 있는데 음악이 갑자기 끝나고 웬 모델들이 공연장 옆 난간에 서있는게 아닌가. 그러더니 워킹을 시작했다. 무대를 가로질러 객석까지 워킹하는 모델들을 보더니 주변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음악, 영상, 미술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작업과 유명 편집샵 등에서 크게 성공을 올리고 있는 CHARM’s와 Budweiser의 콜라보 작품이 이것인가보다. 뮤직페스티벌에 모델들이라 개인적으로 의아해했는데 사람들은 상당히 좋아했다.

짧은 즉석 런웨이가 사라지고 다시 테크노 음악이 나왔다. 보일러룸 행사 때도 느꼈지만 이런 언더그라운드를 대하는 버드와이저의 통찰력이 매력적이라 생각된다. DJ가 테크노음악으로 사람들을 적절한 시기에 쉬는 타임을 갖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사람들도 많이 밖으로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정말 뜬금없는 공연이 펼쳐졌다. 서커스!? 테크노와는 참 안 어울리는 종목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비자의 대형 클럽에서 나올만한 그런 현란한 서커스였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사람들은 너무 좋아했다. 역시 음악과 음향을 다루는 믹스서울이 대중을 공감하기에는 아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막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아슬아슬한 긴장감도 주면서 매우 현란한 움직임도 보여줬다. 조명연출과 공연의 수준은 매우 아름다웠으며 생각보다 예술적인 느낌도 많이 들었다. 이 공연의 절정에는 남자 무용수가 종이 눈꽃을 뿌리는 순간이었는데 이 부분에서 관객들은 완전히 혼이 빠졌다.

서커스가 끝나고 테크노음악도 곧 마감했다. 자연스럽게 코끼리 모형 두 마리가 무대 위에 올라가더니 믹스서울이 가장 기다려 온 뮤지션이 등장했다. Hitchhiker의 무대가 시작되는데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Project B에서 보여준 연출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유연하게 진행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관객은 뮤지션과 뮤지션 사이에 공백을 잘 느낄 수 없었고 탄탄하게 구성된 타임테이블에 쉴 세 없이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히치하이커는 SM엔터테인먼트의 작곡가이자 한국의 전설적인 밴드 롤러코스터의 베이시스트였다. 홈레코딩의 전설로도 알려져 있고 한국과 일본에서 DJ Jinu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가수 “지누” 라는 이름으로 “엉뚱한 상상” 이라는 히트곡도 만들었다. 또 그 이전에는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는데 기타연주는 대단하다고만 알려져 있고 실제로 본 적은 없다. 그는 지금 활동하는 Hitchhiker라는 프로젝트의 음악뿐만 아니라 무대, 3D 애니메이션 영상까지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 도대체 이 “최진우”라는 분의 예술적 활동 범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천재 중의 천재라는 형언밖에 할 수 없다.

한참을 놀고 있는데 저 멀리서 어디서 많이 뵌 분이 계신다. 이 자유롭게 춤을 추고 계신 분은 아까 공연한 “Kirara” 였다. 아티스트를 알아본 여러 관객도 그와 함께 히치하이커의 음악을 즐겼다. 이미 관객들 대부분은 정신을 잃었고 정말 페스티벌다운 평화와 환희의 분위기였다. 키라라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했더니 이것도 흔쾌히 받아주셨다. 여유를 가진 넓은 마음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오늘 끝장을 내야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아쉽게도 이날 몰래 주차한 차량이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원래는 인근에 주차장이 따로 안내되어 있었으나 필자처럼 조금 더 가까이 가겠다고 불법주차를 하면 이런 봉변을 당한다. 아쉽게도 우원재와 이디오테잎을 보지 못하고 행사장을 빠져나와야만 했다. 나오는 길에도 나에게 감동을 주는 장면이 있었으니 미디어 파사드였다.

이번에도 유명 미디어 아티스트 정창균 작가님의 작품인가 했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하지만 들어오는 길부터 나가는 길까지 혼자 와도 어디 하나 심심할 구석이 없는 멋진 행사였고 내년에도 같은 행사가 계속된다면 이제는 주차는 제대로 하고 들어와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이 리뷰를 끝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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