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X SEOUL 특집기사 : 舊채널 1969, 우리가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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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는 항상 만감이 교차한다.

있던 물건을 정리하고, 새로 필요한 물건을 사고

짐을 꾸리고, 짐을 풀어 정리하고

정든 장소를 떠나고,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고.

채널 1969도 그렇다.

합정에 자리해 수많은 뮤지션의 공간이 되어준 채널1969는 5주년을 맞이하며 연남동으로 이사를 간다.

달려온 5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5년을 내다보며 열린 5주년 기념 페스티벌은 2월 3일부터 2월 25일까지 4주동안 진행되었고 나는 2월 25일, 5주년 페스티벌의 마지막날에 참가했다.

 

채널 1969에는 5년의 흔적이 여기저기 있다. 대부분 공연을 했던 뮤지션들이 붙여놓은 스티커다. 긁히고 색이 바랜 스티커부터 반짝거리는 새 스티커까지. 채널1969에 붙은 스티커는 이 공간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알려준다. 콘크리트 벽돌에 나무판자로 만든 책장, 탐이 하나밖에 없는 드럼셋, 정체를 알 수 없는 빨간 파이프, 큼직한 1969 간판, 피워놓은 모기향이 스모그머신 연기에 섞인 오묘한 냄새. 채널1969는 이런 공간이다. 특징적인 큰 매력 하나가 아니라 작은 요소들이 합쳐져서 부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그 부조화가 가장 큰 매력이다.

 

 

 

첫 공연은 애무와 호도리가 열었다. 파티의 시작과 함께 올라간 그들이 들려주는 셋은 어수선했던 주위를 한번에 휘어잡았다. 신이치오사와부터 누자베스까지 들려준 그들의 셋은 순식간에 1969를 뜨겁게 만들었다.

다음 주자는’김반장과 윈디시티’였다. 2005년 데뷔한 장수밴드답게 사운드 체크부터 분위기를 달궜다. 김반장이 뽑아내는 그루브를 듣고 있으면 춤 안 추기 힘들다. 남 눈치 안 보고 춤출 수 있는 채널1969에선 너도나도 댄서다. 레게부터 삼바까지 넘나드는 윈디시의 장단에 맞춰서 라틴인지 블루스인지 모를 춤을 추면서 한 손에는 잔을 들고 너도나도 웃고 즐거워했다. 김반장은 “안 들려줬던 노래인데 한번 들어보세요” 해놓고는 ‘Think about’Chu’를 불러 웃음을 자아냈다.

김반장과 윈디시티의 공연에는 색소포니스트 김오키씨도 왔다. 마침 근처에 있었다는 김오키씨는 사전 연습 없이도 합주를 매끄럽게 진행했다. 김오키씨는 무대와 객석으로 이분화되는 공연장의 관념을 허물고 관중 사이를 오가면서 말 그대로 “관객과 하나되는” 연주를 보여줬다. 펜스는 없었고 가드도 없었다. 관객에게 다가가는 공연이 가능한건 채널1969 소규모 공연장의 장점이다. 신나게 달린 공연이 끝나기 무섭게  Asian Funk Generation의 디제잉이 시작했다.

Slowgiz부터 Abyss, Chanoi를 거쳐 나이트템포에 타이거 디스코까지 쉴 틈 없이 달렸다. 색깔이 다른 디제이들이 Asian Funk Generation이란 이름 아래 모인게 범상치 않다. Funk가 공통분모가 되는 크루다. 하나같이 신나고 그루브가 넘쳐 흐르는 곡을 들려준다. 그래서 AFG는 늘 즐겁다. 디스코로 시동을 걸고 시티팝이 나오다가 귀여운 퓨처펑크가 등장하고, 트로트와 추억의 싸이월드 BGM까지 들을 수 있어서 즐겁다.

클럽은 색깔을 가진다. 때로는 사장님이 정한 컨셉대로, 때로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만들어진 느낌대로 색이 생긴다. 채널1969는 컨셉을 갖게 되는걸 피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걸 정하지 않는게 컨셉이다. 그래서 손님들도 다양하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도 보이고 외국인 손님들도 많다. 각양각색의 손님들이 다양한 기획의 공연을 보러 온다. 채널1969엔 눈치보는 사람 없다. 다들 자기 흥에 취해서 춤을 추고, 소리도 지른다. 그게 큰 매력이다.

합정 채널1969의 마지막은 타이거 디스코가 장식했다. 가슴을 데인것 처럼, 눈물에 베인것 처럼 미어지는 노래를 틀다가도 Storm처럼 휘몰아치는 댄스곡을 틀면서 감정을 쥐락펴락 하는 셋에서는 타이거 디스코의 아픔과 슬픔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타이거는 ‘손에 손잡고’를 틀어 댄스플로어에서 열심히 춤을 추던 사람들을 하나로 엮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손을 잡고 높이 들어 흔들면서 따라부르는 ‘손에 손잡고’는 그날따라 짠했다. 노래가 끝나고 남은 사람들은 서로 수고했다며 인사를 나누고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기념사진은 新69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고 한다.

그렇게 5주년 페스티벌이 끝났다.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신 사장님들,

채널 1969의 이사를 기념하기 위해 모인 뮤지션들과 공연 내내 바쁘게 뛰어다닌 직원 분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홍대 바닥에서 흥망은 흔한 일이기 때문에 역사를 가진 공연장은 찾아보기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이나 자리를 지켜주면서 ‘채널’의 역할을 해준 채널1969의 이사는 만감이 교차한다.

5년 전 꽁꽁 언 양변기를 녹이면서 시작한 채널1969는 공연장들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수혜자가 되었다고 한다.

무대를 잃은 뮤지션, 망한 공연장 단골 손님들이 채널1969로 오게 되면서 컨텐츠는 자연스럽게 다양해지고 공간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한다. 사장님들의 의도처럼 ‘채널’이 되기 시작했다. ‘요리채널’이 되기도 하고 ‘음악채널’이 되기도 하면서 특정한 테마 없이 계속해서 이것저것 송출하면서 5년을 달려왔다.

2년 전, 안전상 문제로 건물이 재건축에 들어간다는 통보를 받고 사장님들은 새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면서 공간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미 채널1969에서 공연을 하는 뮤지션이 많고 그 공연을 보러 오는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1969가 가지는 가치, 1969 공동체에 대한 책임으로 계속 나아간다는 사장님들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채널1969는 앞으로도 실력이 있는 밴드, 디제이들에게 공간이 되어주면서 누구나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하여 더 많은 보석들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그리고 MIX SEOUL은 新 채널1969의 행보가 꽃길이 되기를 응원할 것이다.

 

 

 

 

 

 

 

END가 아닌 AND에 함께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즐거웠습니다.

-김 세필

sepilmeet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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