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XSEOUL 특집기사 : 왜 “귀 호강하는 밤”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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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태원 어디를 가나 어렵지 않게 클럽이며 파티며 볼 수 있는데 이상하게 딱히 꼭 가고 싶다고 느끼는 파티가 없었다.이런 느낌을 받는게 비단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도 많다는걸 듣게 되면서 이게 우리 세대의 공통적인 무언가인가 하며 답도 없는 생각을 하던 즈음에, 2월 10일 소넨덱에서 ‘나이트 템포’가 기획한 ‘귀 호강하는 밤’ 잔치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귀 호강’ 이라니. 안 그래도 갖은 작업으로 요즘 내 귀는 충분히 지쳐있는 탓에 별 다른 고민 없이 방문했다. 약속이라도 한듯 파티 시작 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고 디제이들도 하나 둘 등장했다. 시작부터 이 사람 저 사람 인사하며 바쁜 ‘나이트 템포’를 붙잡고 조심스레 기획의도를 물어봤다.

“요즘은 확실히 장소에 따라서 음악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어요. 강남을 가면 EDM이, 이태원은 주로 BASS 음악이, 홍대나 타 클럽은 힙합이 주류를 이뤄요. 그렇게 장르가 정착하는게 이제 한계점까지 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들 뭔가 엄청 멋있는걸 하려고 해요, 그걸 안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누구나 편하고 자연스럽게 춤을 추고, 음악을 듣고 어울려 놀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필요한것 같아요.”

확실히 그날 소넨덱은 내가 갔던 다른 파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눈치 보는사람 없었고 다들 편한 옷차림으로 ‘귀 호강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파티에는 반짝이 의상에 눈도 반짝이는 사람도 있었고, 츄리닝에 가까운 옷차림을 하고 뛰노는 사람,기계처럼 춤을 추는 파란 립스틱 소년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누가 봐도 너무 취재하러 온 사람 같았다…) 누가누가 왔나, 하며 룸을 돌아다니다고 있는데 누군가 구석에서 열심히 컨트롤러를 만지고 있었다.

‘나이트 템포’의 VJ를 담당하는 분이었다. 꽤나 소규모 파티인줄 알았는데 VJ까지 동원되다니. 확실히 오늘 오길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는 버릇 때문에 Abyss & Slowgiz를 놓친게 많이 아쉬웠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시작 전 부터 가서 기다려야겠다. DJ Rubato는 15년만의 R&B Vinyl set을 준비해 왔다. 바이닐이 너무 오랜만인건지알엔비가 너무 오랜만인건지 셋 내내 미소로 일관하였고 나는 너무 좋은 나머지 들으면서 춤을 추다 취재 하러 온 것도 까먹을 뻔 했다. 한밤에 이태원이 내려다 보이는 공간에서 바이닐 음악을 듣는것 만큼 몽롱한것도 없다. 다들 그 몽롱함에 취해갈때쯤 다음 주자가 올라왔다.

바톤은 Mikiblossom이 이어받았고 funk와 그루브로 분위기가 한층 더 달궈진 느낌이었다. 인터뷰를 잠깐 진행했는데 Mikiblossom은 활동기간이 비교적 짧은 신예라고 했다. 프렌치 하우스, 펑크 음악이라면 껌뻑 죽는 나는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고 힘껏 응원했다.

나이트 템포가 스테이지로 올라가면서 소리 지르는 사람들이 생겼다. 퓨쳐펑크 x 세일러문의 팬덤이란 이런 것인가. Vjing 이 이렇게 효과적일줄은 몰랐다. 편집된 세일러문 영상과 함께 쏟아지는 퓨쳐펑크는 최고였다. 중간에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카드캡터 체리’ ‘세일러문 주제가가 나왔고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같이 따라불렀다. 내가 이러려고 이태원 와서 귀 호강하나, 성취감 들었다.

마지막으로 타이거 디스코가 나왔다. ‘홍성사료주식회사’의 자켓을 입은 타이거는 어슬렁 어슬렁 몸을 풀기 시작했고 예사롭지 않은 셀렉션에 모두들 슬슬 긴장하기 시작했다. 트로트부터 펑크까지 장르를 따지지 않는 타이거의 셋은 예정 시간을 넘어 연장에까지 이르게 된다. 타이거가 불독맨션의 destiny를 틀었을때는 다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뛰어노는 경이로운 광경도 펼쳐졌다.

파티는 네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고 음악이 꺼진 소넨덱은 아쉬운 탄성만 가득했다. 언제 친해졌는지 사람들은 서로 짧은 인사를 나누고 즐거운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귀 호강하는 밤’은 계속 되어야 한다.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고 들려주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걸 보고 들으러 온 사람들이 있었다. 노래를 들려주는 입장이나 듣는 입장이나 서로 즐거워서 시작부터 끝까지 웃으면서 진행했던 파티가 아닌가 싶다. 우리 나라는 ‘클럽문화’가 꽤나 정형화 된 상태라 클럽에서 다양한 음악을 기대하기 어려운게 현실이기 때문에 아직 발전 중이고 자리를 잡아가는 클럽 문화에 ‘귀 호강하는 밤’ 같은 파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 세필 김

sepilmeet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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